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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사인훔치기 스캔들, 경기중 사인스틸이 그렇게 큰 잘못인가? 이슈&대세

GM수연아빠 (july***)
2020.01.20 11:41
  • 조회 7969
  • 하이파이브 4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사인훔치기 치팅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야구는 기본적으로 상대의 의도를 간파하는 노림수와 타이밍과 허를 찌르는 속임수가 통하는 일종의 두뇌싸움이다. 전통적으로 상대팀의 작전을 훔치거나 배터리와 벤치의 사인을 적절하게 간파해 경기력을 높이는 것은 그렇게 잘못된 행위로 보지 않는 편이다. 2루주자가 포수의 움직임을 읽어 피칭사인을 타자에게 대놓고 전달하거나 외부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상대의 작전을 무력화시키는 정도의 조직적인 방법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사인훔치기는 암묵적인 허용이 되어 있던 셈이다. 시쳇말로 사인을 훔친쪽보다는 사인을 노출당한쪽이 "바보 멍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대가 모르게 은밀하면서 영리한 사인교환은 팀전술의 일부가 된다. 일부 야구인들은 오히려 잘못된 사인을 흘려 상대방에게 혼란을 주는 것도 작전의 일부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번 비시즌기간에 '휴스턴 스캔들'이라는 표현으로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군 MLB의 핫이슈가 된 사인훔치기는 과연 무엇이 문제였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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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사인훔치기 조사보고서와 처벌수위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장문의 보고서를 통해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제기된 사인훔치기에 대한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휴스턴을 거쳐간 23명의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를 비롯해 68명의 관계자를 전수 조사했고 수천 통의 이메일과, 휴대폰 문자, 관련 비디오와 사진자료를 철저하게 분석한 결과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광범위하게 벌어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추악한 실체인 사인 훔치기의 전말이 공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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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 결과 휴스턴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17년 정규시즌부터 전자장비를 이용한 조직적인 사인훔치기가 이루어졌음이 밝혀졌다. 1차적으로 리플레이분석 담당 직원이 영상분석을 통해 상대의 사인을 훔친 뒤에 스마트워치나 덕아웃에 설치된 수화기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사인스틸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같은해 보스턴 레드삭스가 애플워치를 이용한 유사한 방법으로 상대의 사인을 훔친 것이 발각되면서 덕아웃내 전자기기 반입에 대한 강력한 징계와 경고를 예고했지만 당시 벤치 코치였던 알렉스 코라와 베테랑 카를로스 벨트란은 덕아웃 뒤에 중견수 방면에 설치된 고성능 망원 카메라를 통해 포수의 사인를 직접 시청할 수 있는 모니터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수법이 더욱 대담해진다. 그리고 상대 배터리의 사인을 실시간으로 해석한 뒤 변화구나 유인구가 예상되면 쓰레기통을 "Bang" 크게 두드리는 방식으로 타자에게 구종을 전달했다. 상대의 볼배합을 미리 눈치챈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타자들은 힘을 내며 승승장구, 사상 첫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씁쓸한 성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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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사인훔치기에 공조했던 선수들에 대한 별다른 징계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팀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명장반열에 오른 힌치 감독과 제프 르노우 단장이 대신 벌을 받았다. 리그 사무국은 힌치 감독에게 1년간의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고 애스트로스 단장이 즉시 해고되는 선에서 빠르게 일처리를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으로 이번 스캔들이 종료되기를 바라는 모양새이다. MLB 역시 흥행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사인을 훔치는 부정행위보다는 관리소홀에 때한 책임만을 물어 프런트에 대한 처벌이외에 정작 치트키를 활용해 불공정 게임을 펼친 선수들에게는 "염중경고" 카드를 남발하는 KBO와 크게 다르지 않음이 드러난 대목이다. 시험시간에 조직적으로 컨닝을 한 학생들대신 이를 눈감아 준 담임선생님이나 교장선생님이 대신 옷을 벗은 웃픈 사례가 되고 만 것이다.


사인훔치기 스캔들, 행위자체의 문제가 아닌 전자기기 활용


 그럼 경기중에 공공연하게 허용된 사인훔치기가 선수의 처벌이 아닌 감독과 단장만의 책임으로 이어진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상대의 사인을 눈치채거나 사전에 간파해서 미리 대처하는 선수들의 행위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덕아웃 밖에 위치하고 있던 제3자의 도움을 받거나 전자기기를 활용한 수법을 문제삼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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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프로야구에서 사인훔치기가 큰 문제로 떠오른 사례는 무려 120년전의 과거로 되돌아 가야 한다. 필라델피아가 외야에서 쌍안경으로 간파한 상대포수의 사인을 3루 작전코치 박스까지 연결된 전선을 통해 모르스 부호로 전달하는 아이디어를 낸다. 당시 획기적인 첨단 방식이였던 전기적 신호를 진동으로 바꿔 사인스틸에 참여한 3루 코치는 상대투수의 볼배합을 타자에세 수신호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사인훔치기에 가담했다고 한다. 1951년시즌에는 무려 50년만에 뉴욕 자이언츠가 브루클린 다저스를 꺽고 우승을 차지했던 전설의 '미라클 자이언츠'속에도 조직적인 사인 훔치기가 숨어 있다. 상대의 사인을 조직적으로 훔쳐내면서 상승세를 탄 뉴욕 자이언츠는 8월 16연승의 파죽지세로 1위팀 다저스를 추격하더니 시즌 막판 21승 4패(승률 0.840)라는 기적같은 상승세로 한때 13.5게임차까지 벌어졌던 1위와의 간격을 극복했다. 최종 시즌 기록 96승 58패 동률로 시즌을 마감한 두 팀이 타이 브레이크로 벌어진 순위결정전에서 자이언츠가 라이벌전을 승리한 기적같은 역전우승으로 미국 야구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하지만 이 기적같은 드라마에도 사인 훔치기가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자이언츠의 3루수 바비 톰슨이 날린 ‘세계를 울린 한 방’ 끝내기 홈런만을 기억할 뿐이다. 가장 중요한 순간 번번히 사인훔치기의 피해자로 억울한 표정을 지은 팀이 아이러니하게도 LA 다저스였던 경우였던 점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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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역이용하는 전술? 복잡한 사인도 간파하는 딥러닝 시대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사인훔치기가 경기력을 높이는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해 스스로 중단했다는 다소 어이없는 결론으로 이번 사건을 마무리지으려고 했다. 실제로 사인훔치기가 경기력이 어느정도 도움을 준 것인지까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 이번 사태의 결과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영상장비와 쓰레기통 신호로 조직적인 사인스틸이 시작된 2017시즌부터 휴스턴 타자들의 삼진비율은 MLB리그 전체 평균보다 획기적으로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혹자들은 휴스턴 투수들의 탈삼진 능력이 개선된 부분을 살펴보면 전체적인 팀의 전력과 경기력이 높아진 것이 우승의 비결이 아니겠냐고 반문하겠지만 단 한번이라도 반칙행위가 연관된 것이 밝혀진 성적은 모두 무효화 처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본다. 공공의 적이 된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올시즌 그동안의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2020시즌이 무척이나 중요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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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번 '휴스턴 스캔들' 사건을 계기로 전통적인 손가락 사인대신 전자기기를 활용해서 투포수간의 사인을 교환하는 방식을 도입 검토중이라고 한다. 근시안적인 행정으로 숲을 보지 않고 나무를 바라보는 격이다. 무선신호로 주고 받는 사인과 전자기기의 활용은 해킹에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또다른 사인훔치기에 대한 논란과 역풍을 불러 올 가능성이 높다. 상대가 사인을 간파했다고 생각이 들면 곧바로 사인을 바꿔 상대의 전술을 무력화시키며 역이용하는 방법 역시 요즘처럼 카메라 렌즈의 성능이 높아지고 인공지능 딥러닝이 발전된 상황에서 경기장 밖의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다면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한다고 해도 전력분석팀에 곧바로 들통날 우려가 매우 높다. 결과론적으로 그라운드내에 전자기기의 반입과 영상장비를 이용한 제3자가 연관된 사인훔치기 만큼은 철저하게 재발을 막겠다는 적극적인 대책과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된다. 결과론적으로 약물복용, 승부조작 이상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우승 타이틀 반납 혹은 선수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일벌백계하는 사례를 남겨 선수들에게 책임을 지고 반칙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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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는 단순히 힘을 겨루는 파워게임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히 지혜만을 겨루는 두뇌 스포츠도 아니다. 그때 그때 상황을 읽는 동물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조직적인 플레이,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상대의 의도와 타이밍을 간파해서 회심의 일격을 날릴 수 있는 눈 깜짝할 찰나의 순간을 겨루는 멘탈게임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처럼 프로야구의 순위싸움에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야구의 묘미과 균형감을 한순간에 파괴하는 전자기기를 활용한 조직적인 사인훔치기는 프로야구 존재의 이유를 허물어 버리는 중차대한 범죄행위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

 


글 : 서준원 / 수연아빠의 야구장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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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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