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유니폼은 선수들의 경기복이자 구단의 얼굴이다. 유니폼에는 구단을 대표하는 색상과 상징물은 물론이고 구단의 역사가 담기기도 한다. 후원사들의 패치도 붙어 각 구단이 어떤 회사와 함께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유니폼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더그아웃 매거진>이 야심 차게 준비한 ‘팬이 뽑은 최애 유니폼’ 시리즈 제2탄! 이번 호의 주인공은 KBO리그 최고 인기구단으로 당당히 꼽히는 KIA 타이거즈다. KBO리그 원년구단으로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를 거쳐 한국시리즈에서 11회 우승을 하며 왕조를 구성한 KIA. 2021시즌을 맞이해 새로운 유니폼을 선보인 만큼 역대 유니폼에 대한 팬의 선호도가 궁금했다. 유니폼 선호도 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7개의 유니폼을 대상으로 지난 4월 2일부터 3일간 진행됐다. 야구를 사랑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KIA 팬의 열렬한 사랑을 받은 최애 유니폼은 무엇일까. 그 결과를 확인해보자!

에디터 박소정 사진 KIA 타이거즈

#KIA의 유니폼

검은색과 빨간색 그리고 호랑이. KIA의 상징을 꼽으라면 누구나 이 세 가지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KIA의 오랜 역사 속 대부분의 역대 유니폼에는 이 세 가지가 담겼다. 빨간색과 검은색은 야구를 보는 팬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줬고 이에 걸맞게 선수들도 실제로 강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탄탄한 팬층을 만들었다. 선동열, 이종범 등 KIA의 레전드들이 소위 ‘검빨(검은색과 빨간색의 조합)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에서 대활약하는 모습은 KIA 팬은 물론이고 타 팀 팬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검은색과 빨간색은 KIA의 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빨 유니폼이 이미 KIA 팬에게 워낙 강력하게 각인된 상황이라 전혀 다른 디자인의 홈·원정 유니폼이나 얼터네이트 유니폼(Alternate Uniform)이 출시되더라도 결국은 검빨 유니폼을 찾게 된다는 게 팬 사이의 정설이다. 이번 선호도 조사에서 KIA의 대표적 검빨 유니폼인 ‘레전드 유니폼’이 60%가 넘는 압도적인 선호도를 보인 게 그 증거다. KIA는 레이디스 데이, 러브투게더 캠페인 데이, 8.15 광복절 등 특별한 날에 입는 유니폼과 디즈니, 마블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유니폼을 출시하며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유니폼 다양화에 힘써왔다. KBO리그 구단별로 각 연고지 명칭을 새긴 유니폼 바람이 불면서 KIA도 연고지인 광주를 담은 ‘GWANGJU 유니폼’을 선보였다. 다양한 유니폼 중 선정된 2021시즌 홈·원정 유니폼, 레전드 원정 유니폼, 8.15 광복절 유니폼, GWANGJU 유니폼, 러브투게더 유니폼, 핑크 유니폼의 순위는 아래와 같다.

[7위 러브투게더 유니폼 – 1%]

비록 이번 선호도 조사에서는 최하위를 차지했지만 좋은 의미를 담은 유니폼이다. 모티브가 된 KIA의 러브투게더 캠페인은 KIA와 모기업 기아자동차가 매년 두세 차례 진행하는 사회 환원 캠페인이다. 2010년부터 KIA의 경기 기록에 따라 선수단과 구단, 기아자동차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매월 기부금을 적립해 시즌 종료 후 적립 금액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한다. 초기엔 ‘Love Together’와 같이 영어로 표기했지만 2019년부터는 한글로 표기했다. 이어 2020시즌에는 핫핑크 컬러로 출시됐다. KIA 황대인은 이 유니폼을 입고 설현 포즈를 취한 게 중계를 타 ‘황설현’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좋은 의미가 담긴 유니폼인 만큼 러브투게더 캠페인 홍보에 더욱 널리 활용돼 팬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길 바란다.

[6위 홈 유니폼 – 2.9%]

모기업 기아자동차의 새로 바뀐 로고를 반영해 2021시즌 선보인 홈 유니폼이다. KIA는 2021시즌 유니폼에 새로운 로고를 사용함과 동시에 KIA만의 빨간색과 검은색을 도입했다. 허리 쪽에 포인트로 들어간 색은 기존의 빨간색보다 채도가 향상된 ‘타이거즈 라이브 레드(Tigers live red)’라는 이름의 강렬한 빨간색이다. 빨간색을 주로 사용하던 구단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진취성을 나타냈다고 한다. 실물은 형광기가 감도는 빨간색에 가까우며 선수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유니폼 뒷면엔 승리를 상징하는 ‘V’라인을 ‘타이거즈 미드나잇 블랙(Tigers midnight black)’으로 표현했다. 아직은 팬에게 생소해 순위는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KIA만의 색상이 반영된 만큼 2021시즌 좋은 활약과 맞물려 팬의 호감도가 높아지길 기대해본다.

5월 21일 광주광역시민의 날에 맞춰 2020시즌에 출시된 유니폼이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광주시민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흰 바탕에 광주의 영문 표기인 GWANGJU가 감청색으로 수놓아져 있고 노란색 테두리로 포인트를 줬다. 감청색과 노란색은 광주를 상징하는 색이다. 유니폼의 어깨에는 광주의 랜드마크인 무등산 서석대와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이미지를 조합해 만든 엠블럼이 부착돼있다. 지역 밀착 마케팅을 위해 출시한 만큼 광주 팬의 반응이 좋다. 초기에는 판매용으로만 출시됐으나, 호평이 이어지자 지난 7월 18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직접 착용하기도 했다.

2021시즌 새 원정 유니폼은 타이거즈 미드나이트 블랙을 바탕색으로 하고 타이거즈 라이브 레드로 포인트를 줬다. 기존의 원정 유니폼에 주로 빨간색을 바탕색으로 사용하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유니폼 뒷면 ‘V’ 로고는 흰색이다. 이번 선호도 조사에서 새로운 원정 유니폼도 많은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검빨 유니폼의 인기에 힘입어 타이거즈 라이브 레드와 타이거즈 미드나이트 블랙을 주로 사용해 만들어졌으나, 빨간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 구성의 레전드 유니폼을 생각했던 팬의 기대와는 다르다 보니 아직은 어색한 듯하다.

핑크 유니폼은 2019년 5월 25일부터 진행된 KIA의 레이디스 데이 기념 유니폼이다. 기본 홈·원정 유니폼에 핑크를 주로 배치한 디자인인데, 빨간색이 아닌 다른 색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여러 팬의 니즈를 충족시켰다는 평이다. KIA 박찬호의 최애 유니폼이기도 하다.

[2위 8.15 광복절 유니폼 – 20.3%]

2020시즌에 제75주년 광복절을 맞아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출시된 유니폼이다. 8월 15일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서 선수들이 착용했다. KIA 팬 사이에서 ‘광니폼’이라 불리는 광복절 유니폼은 광복절 72주년인 2017년부터 제작됐다. 태극기를 모티브로 해 유니폼 앞면의 TIGERS 워드마크 색상을 태극 문양으로 표현하고 배번에는 건곤감리를 패턴화했다. 소매에는 태극기 패치와 함께 ‘대한 독립 만세’, ‘光複(광복)’ 문구와 무궁화,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이미지를 더한 엠블럼을 부착해 팬이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판매 당시 매진으로 재입고 문의가 이어졌던 만큼 팬의 선호도도 높은 편이었다. 우리나라의 뜻깊은 날을 기리는 의미가 있으며 디자인도 기존 유니폼과는 색다르면서도 세련됐다는 평이다. 실제로 선수단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1위 레전드 원정 유니폼 – 62.1%]

KIA 팬 가운데 가장 대세는 ‘명불허전’ 검빨 유니폼이었다. 절반을 훌쩍 넘는 압도적인 선호도를 기록한 레전드 원정 유니폼. 2020년 뜨거웠던 레트로 열풍에 맞춰 KIA에서 내놓은 해태 스타일의 KIA 버전 올드 유니폼이다. 6월 20일, 21일 이틀간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선수들이 착용했다. 팬의 호응으로 7월 25일, 26일 이틀간 열린 삼성과의 88고속도로 시리즈에서도 선수들이 착용했다. 빨간색 상의, 검은색 하의로 막강한 화력을 선보인 KIA 레전드들의 활약 당시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팬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검빨 유니폼의 부활을 희망하는 팬이 많았던 만큼 출시 이틀 만에 3차 예약 판매가 진행됐다.

전체적으로 빨간색에 검은색 워드마크, 소매 라인으로 포인트를 줬고 소매에는 노란 바탕에 호랑이가 그려진 패치가 부착돼있다. 호랑이가 용맹하게 표현됐다며 팬의 만족도가 높다. 8, 90년대에 타 구단을 공포에 떨게 만든 호랑이 군단이 입었던 검빨 유니폼은 KIA 팬의 자부심이다. 원년 팬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신규 팬에겐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주는 올드 유니폼. 올드 유니폼 외에도 매 시즌 새롭게 선보이는 유니폼들이 경기복을 넘어 구단의 역사와 상징을 담아나가길 기대해 본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1호(5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