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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People] SK 와이번스 최정 DUGOUTV

dugout*** (dugout***)
2020.03.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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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파이브 1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

 

8년 만에 SK 와이번스 최정을 다시 만났다. 2012년 8월, <더그아웃 매거진>과 첫 표지 인터뷰를 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는 앞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묵묵히 자신을 갈고닦는 선수였다. 하지만 2020년 팀의 주장이 된 최정은 변해 있었다. 후배들 앞에 나서서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고 조용했던 성격은 한층 밝아졌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찰나, 최정은 딱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게 있다고 말했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최윤식 Location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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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만의 리더십

 

워낙 조용한 성격 탓에 최정이 팀의 주장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이가 물음표를 가졌다. 그러나 최정은 스프링 캠프를 통해 의심을 믿음으로 바꾸고 있다. 그의 리더십은 한 명이 모두를 이끄는 것이 아닌 모두가 팀을 끌어가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플로리다에서 후배들에게 압박감이 아닌 열정을 심어주고 있다. 신인 시절 지레 겁먹고 눈치를 봤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야구장에서만큼은 선후배가 모두 동등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스프링 캠프지에서 훈련한 지도 시간이 꽤 흘렀는데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2월 12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SK 와이번스 최정입니다. 플로리다에서 선수들과 재밌게 훈련하고 있어요.

 

몸 상태는 어떤가요?

어느 해보다 준비를 잘했어요. 캠프 전에 미리 몸을 90% 정도까지 만들었고 덕분에 지금은 100%에 가까워졌어요. 건강하게 한 해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더그아웃 매거진> 17호 이후 오랜만에 두 번째 표지를 장식하게 됐어요. 감회가 어떤가요?

2012년도에 찍은 거로 기억하니까 9년 만이에요. 그때만 해도 20대 중반이었는데 시간이 참 빠르네요. (최정 선수가 표지를 장식한 잡지가 <더그아웃 매거진>의 역사적인 첫 완판이었어요.) 진짜요? 그건 처음 알았네요. 제가 인기가 많아서라기보다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인터뷰해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쇄도했어요.

저보다 어리고 잘하는 선수도 많은데 항상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늘 감사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본격적인 시즌을 앞두고 축하할 일이 생겼죠. SK에 입단한 지 16년 만에 주장이 됐어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스스로를 평가해보면 지금까지는 잘하고 있어요. 캠프 기간이라 어려움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시즌에 들어가 봐야 주장이 된 걸 실감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쉽지는 않겠지만 잘 헤쳐 나가야죠.

 

주장이 될 거라고 예상했나요?

조금은 했어요. 한국에 있을 때 감독님이 미리 얘기하셨거든요.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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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하면 ‘소년 장사’ 이미지가 떠올라서 팀을 이끄는 위치가 됐다는 사실에 개인적으로 감회가 새로웠어요.

안 그래도 소년 장사 이미지를 지키려고 수염을 계속 깎아요. (정말인가요?) 이런 질문을 의도한 건 아닌데 농담이고요. (웃음) 얼굴이 나이에 비해 동안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 편이에요. 그만큼 몸도 신인 시절의 민첩성과 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흔히 팀의 리더가 되면 완장의 무게가 느껴진다고 하잖아요. 본인은 어떤가요?

무게감은 없어요. 물론 책임감은 느끼고 있지만 무게를 잡기보다 선수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제 본래의 성격과 행동은 그대로 가져가려고 해요. 주장이 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동료 선수들은 옆에서 잘 보좌해주나요?

제가 앞에 나서는 걸 잘 못 하고 조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알아서 도와주더라고요. 옆에서 지원사격을 해주니까 저도 힘내서 선수들의 의견을 열심히 전달하려고 해요..

 

본격적인 훈련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베테랑들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고요.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고참끼리 모여서 회식을 한 건 처음이에요. 감독님께서 여러 선수가 다른 팀에서 왔는데 단합을 한 번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어요. 저도 올 시즌부터 한 팀이 됐으니까 함께 잘해보자는 취지로 하게 됐어요.

 

새로 합류한 선수들과는 친해졌나요?

벌써 다 친해졌죠. 형들이 다른 팀에서 왔다고 낯가리는 성격이 아니더라고요. (채)태인이 형, (윤)석민이 형 모두 성격도 좋고 벌써 팀에 완벽하게 적응했어요.

 

올 시즌 어떤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싶나요?

그렇게 될지 안 될지 모르겠는데 미리 생각해 놓은 게 있어요. 프로는 학교가 아니니까 20살부터 40살까지 한 팀에서 같이 야구를 하잖아요. 저는 신인 때 선배들 눈치를 자주 봤어요. 나이 차가 많이 나니까 무섭기도 하고 괜히 주눅 들어서 야구를 했거든요. 주장으로서 그런 압박감을 최대한 풀어주고 싶어요. 야구장에서만큼은 자신감 있게 열정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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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성장통

 

2019년, 최정은 반드시 보답을 해야 했다. 시즌을 앞두고 두 번째 FA가 된 그에게 SK는 6년 106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인터뷰 내내 구단에 감사함을 전한 그는 단순히 구단이 많은 금액을 제시해줘 감사한 게 아닌 선수 생활 마지막까지 입고 싶었던 와이번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 것에 대한 고마움이라고 말했다.

 

시즌이 시작되고 전반기까지 홈런 선두를 달렸지만 후반기에 그는 성장통을 겪었다. 시원하게 아치를 그리던 홈런포는 잠잠했고 굳건했던 팀의 1위 자리가 위태로워졌다. 한 경기씩 2위 두산 베어스가 쫓아올 때마다 그와 선수들은 조급했고 이겨야 한다는 마음에 플레이는 소심해졌다. 결국 한국시리즈 직행은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이야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2019시즌을 앞두고 팀과 6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완벽한 SK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됐어요.

금액을 떠나 구단에서 6년이라는 긴 기간을 보장해주신 거에 감사했어요. 첫 번째 FA 때도 그랬고 지난해에도 다른 팀에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SK가 제일 편하고 성격상 다른 팀에 가면 적응하는 데 오래 걸릴 거 같거든요. 한 팀에 계속 뛰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루게 돼 행복했어요.


최정에게 SK는 남다른 의미일 것 같아요.

저만 특별한 게 아니에요. 신인 때부터 함께 커왔던 팀이니까 선수단 모두 SK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고 팀에 도움이 되려고 열심히 해요.


전반기까지 홈런에서 선두를 달렸고 2018시즌에 비해 정확도 역시 개선됐어요. 하지만 후반기에 부침을 겪으며 안타까움을 남겼어요.

아주 아쉬웠고 후반기에 들어가면서 팀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어요.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다가 경기 차가 좁혀오니까 거기에 쫓겼어요. 어떻게 해서든지 이기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말도 안 되는 시즌이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네요.

 

지난 호에 인터뷰했던 박종훈 선수는 1위를 빼앗겼던 것에 대해 연습 때 하지 않았던 걸 실전에서 하려 했던 게 화가 됐다고 이유를 전했어요. 본인은 원인이 무엇이라고 판단하나요?

개인 성적은 잊고 팀이 이기는 거에만 집중했던 게 안 좋게 작용했어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성적이 더 안 나왔고 경기에서 과감함이 부족했어요. 팀에 조금이라도 해를 끼치지 않고 이기려고만 하니까 플레이는 소심해지고 마음만 급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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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시즌을 돌아보면 어떤 해였다고 평가하나요?

‘선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정말 힘들었고 너무 괴로웠어요. 정신적으로 엄청나게 스트레스가 심했고 절대 잊지 못할, 잊어서는 안 될 시즌이었습니다.

 

2019년을 통해 정신적으로도 한층 더 성장했다고 밝혔어요. 어떤 발전을 했나요?

큰 경험을 한 번 해봤으니까 이제 어떤 위기가 와도 대수롭지 않을 것 같아요. 빨리 해결책을 찾아 극복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무엇보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2020년은 절치부심의 해가 될 것 같아요. 캠프 기간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수비는 항상 기본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있고요. 중점을 두는 게 있다면 공인구 반발력이 줄어들어서 이에 맞춰 스윙을 조금 변경하고 있어요. 기존에는 공의 궤도에 맞춰 가볍게 치는 스타일인데 작년에 예상보다 타구가 멀리 안 날아가더라고요. 그래서 임팩트 때 강하게 칠 수 있는 폼과 타이밍을 만들려고 해요.

 

지난해도 홈런 2위로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특별히 장타에 욕심을 내는 이유가 있나요?

장타 욕심이라기보다 2006년부터 매해 꾸준히 두 자릿수 홈런을 치고 있거든요. 개인적인 바람이 은퇴하는 순간까지 이걸 유지하는 게 목표예요. 그렇다고 무조건 홈런을 노리는 게 아니라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2루타, 3루타가 나오게 되고 담장도 넘길 수 있으니까 그거에 신경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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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레전드가 꿈꾸는 마무리

 

기복 없는 선수. 최정을 한 단어로 표현했을 때 가장 어울리는 말이다. 그러나 이 꾸준함을 유지하려면 부단히 자신을 발전시키려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의 대기록들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올 시즌을 넘어 최정은 선수 생활의 마무리까지 팬들의 가슴 속에 늘 믿음직하고 꾸준한 선수로 남길 바라고 있다.

 

이제 개인 기록뿐만 아니라 팀 성적도 신경 써야 해요. 지난해 주장을 맡았던 이재원 선수가 따로 조언해준 게 있나요?

조언은 딱히 없고요. 주장과 주장을 해본 선수로서 공감대가 있잖아요. 그런 점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를 나눠요. 한국에 가서 가끔 막히는 게 생기면 그때 재원이를 비롯해 선배들한테 물어보면서 극복해 나가야죠.

 

KBO리그 대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는 리빙 레전드 중 한 명인데요. 욕심나는 통산 기록이 있나요?

리빙 레전드라니 과찬이십니다. 그냥 꾸준히 하려고 했던 게 연차가 쌓이면서 좋은 성적으로 보이는 것뿐이에요. 욕심을 내는 게 있다면 앞서도 이야기했던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고 싶어요. 지금 14년 연속 기록 중인데 선수 생활 마지막까지 이것만큼은 계속 하고 싶어요. 아, 그러고 보니 아까 장타 욕심 없다고 했는데 말이 이상해지네요. (웃음)

 

‘마그넷 정’답게 통산 252사사구를 기록하고 있어요. 앞으로 48사사구만 추가하면 통산 300홈런-300사사구입니다.

그건 정말 안 해도 돼요. 그만 맞고 싶어요. 매번 몸에 맞는 공이 순위권에 있어서 기자분들이 “왜 이렇게 자주 맞는 것 같냐”라고 질문해요. 제가 그럴 때마다 장난으로 “투수한테 물어보지 왜 맞는 사람한테 물어보냐”라고 하거든요. 30대가 되니까 20대랑은 다르게 너무 아파요. 300홈런-300사사구는 포기하겠습니다. (웃음)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홉수를 믿지는 않는데 작년에 성적이 다 9에서 끝났어요. 타율 .292, 99타점, 29홈런을 기록했는데 목표를 세우자면 타점은 세 자리, 나머지는 앞에 숫자를 전부 3으로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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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면서 오랜 시간 함께했던 동료와 작별을 하게 됐어요.

계약하고 나서 괜히 제가 다 뿌듯했어요. 광현이가 미국에 가는 과정에서 참 힘들어했는데 잘 돼서 기뻐요. 광현이는 맨날 보고 친한 사이니까 축하한다고 하기보다 “왜 이제 갔어. 빨리 갔어야지”라고 농담 식으로 얘기해줬어요. 원하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으니 반드시 잘했으면 좋겠어요.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김광현 선수에게 한마디 해볼까요?

더 어렸을 때 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늦지 않았으니까 네가 말한 대로 메이저리그에서 보란 듯이 잘하길 바란다. 돌아올 생각은 말고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가 돼서 은퇴하길 응원할게. 파이팅!

 

앞으로 어떤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나요?

꾸준한 선수, 기복 없는 선수로 SK팬들의 가슴 속에 남고 싶어요.

 

최정에게 SK팬들은 어떤 존재인가요?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겠지만 팬분들이 없으면 프로는 존재할 가치가 없어요. 그냥 야구 하나 전문적으로 하는 건데 늘 과분한 사랑과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죠. 팬분들이 저를 다 먹여 살리는 거예요.

 

어느덧 막바지인데 7년 만의 표지 인터뷰 소감이 궁금해요.

항상 어려워요.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는 걸 절감했어요. (그래도 요즘 인터뷰 스킬이 늘었다는 평가가 많던데요.) 흔히 말린다고 하잖아요. 질문을 하면 그에 맞는 답을 해야 하는데 다른 말을 하면 그게 느껴져서 산으로 가거든요. 그럴 때 혼자 ‘무슨 말 하는 거야’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답변하면서 맞게 말하고 있는지 계속 걱정이 되더라고요. (모두 좋은 답변이었어요.) 그러면 다행이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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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와 30대의 야구는 다를 것 같아요. 2020년 최정의 야구는 무엇인가요?

20대 때는 경기가 잘 안 풀려도 무대포 정신으로 부딪혀서 슬럼프를 극복했어요. 그런데 30대 초중반이 되니까 그게 안 되더라고요. 이제는 머리를 쓰게 됐어요. 자기만의 루틴을 확실히 하고 노하우를 기억해 예전에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했던 걸 경험과 지식으로 채우고 있죠. 방법에는 변화가 생겼지만 하나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예요. 열정! 예나 지금이나 야구에 대한 열정은 같아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작년 시즌의 아픔은 다 잊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선수단 모두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항상 응원 부탁드리고요. 2020년에는 팬 여러분에게 실망감이 아닌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열정, 노력, 꾸준함. 최정의 야구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늘 팀의 우승과 승리에 목말라하고 묵묵하게 자신을 담금질했다. 팀의 주장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변화가 아니었다. 신인 시절부터 품었던 열정을 간직하고만 있어도 충분히 멋진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걸 그는 몸소 보여주고 있다. 잔잔하지만 뜨거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강렬한 최정과 SK가 보여줄 2020시즌의 야구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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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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